귀찮지만 행복해 볼까 - 번역가 권남희 에세이
“참 행복해 보이세요.”
무라카미 하루키, 무라카미 류, 마스다 미리 등의 작품을 번역한
번역가 권남희 글은 정말 재미있다.
28년간 문학을 번역해 온
그의 세심한 시선과 진솔한 삶 이야기
번역가로서 그의 삶은 생각보다 자유롭지 않으며, 여유롭고 우아하지도 않았다. 늘 마감에 쫓기고, 더욱이 아이를 키우며 집안일까지 병행해야 했다.
권남희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인생을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약간은 멋있게 보이려고 무게를 더하기도 하는데, 그는 그렇지 않다. 아이를 키우며 집안일까지 병행해야 하는 ‘번역하는 아줌마’의 삶을 가감 없이 들려준다. 그런 꾸밈 없고 소탈한 모습은 유머러스하고 담백한 글로 다듬어져 묵직한 감동을 준다.
이 책은 총 6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반부에 해당하는 1장 ‘하루키의 고민 상담소’, 2장 ‘잡담입니다’ 3장 ‘남희 씨는 행복해요?’는 주로 번역하면서 겪게 되는 일들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작가와 편집자들과 만났던 에피소드와 작가들의 습관, 가치관, 인생관 등을 통찰하듯, 대화하듯 이야기를 들려준다. 후반부에 해당하는 4장 ‘자식의 마음은 번역이 안 돼요’, 5장 ‘신문에 내가 나왔어’는 가족과의 에피소드를 유쾌하게 쏟아낸다. 마지막 장인 6장 ‘가끔은 세상을 즐깁니다’는 일상에서 벗어난 여행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소소한 행복을 이야기한다.
권남희의 언어와 언어를 잇는 힘,
감정을 재현하는 힘은 어디에서 나올까
언어를 번역하는 일은 고통이 따른다. 어디까지가 직역이고, 어디까지가 의역인지에 대해 번역가들은 수없이 질문을 던지고 고민한다. 번역가 권남희도 그렇다. 잠을 자는 것조차 포기하고 번역에 매달린다. 그래서 그에겐 ‘새벽 3시’가 잠을 청하는 익숙한 시간이 되어버렸다. 감동적인 작품을 번역할 때 희열을 느끼고 잘 맞는 작가의 글을 옮길 때 “마치 내가 쓴 글을 옮기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는 번역가 권남희. 좋은 작품을 원동력으로 오늘도 밤새울 힘을 얻는다는 그에게서 어느 작가 부럽지 않은 열정이 느껴진다. 그렇게 그의 손을 거쳐 번역되는 언어들은 그물처럼 촘촘하게 문장으로 연결된다.
그리고 그는 고백한다. “글 쓸 때도 번역할 때만큼이나 행복하다”고. 그리고 “멋진 성장소설 한 편 쓰는 게 꿈”이라고.
“번역에 살고 죽고”
다시 태어나도 번역가가 되고 싶다!
이 책에서 번역과 관련된 글들은 그의 경험이 짙게 녹아 있다. 300권이 넘는 일본 문학을 번역하면서 권남희 작가가 겪는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모두 보여준다. 28년 차 번역가의 노하우와 번역을 시작하게 된 이야기를 프롤로그에서 설명하고, ‘번역은 외국어 실력에서 시작해 한국어 실력으로 완성된다’는 고민도 던진다. 그리고 원작 작가의 습관이나 취향, 번역된 원고를 편집하는 편집자의 아이디어와 시선 등 번역이 완성되는 흥미로운 요소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준다.
재미와 감동이 온몸을 뒤흔드는 책을 만나는 기쁨 때문에 번역가란 직업이 행복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다시 태어나도 번역가가 되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며 살고 있다.
어느 날, 한 출판평론가가 말했다. 누가 번역을 직업으로 삼고 싶어 하기에 『번역에 살고 죽고』를 추천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고. “왜요?” 하고 물었더니, 그 책은 번역을 하지 말라고 권하고 있어서란다.
끄응. 사실은 사실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 그 책을 읽고 나서 번역하고 싶어졌다는 사람도 많았다. 그들에게 똑같이 “왜요?” 하고 물었더니, 이구동성으로 이렇게 말했다.
“돈도 못 버는 일이니 번역하지 말라고 하면서 정작 본인은 너무 행복하게 하는 걸 보니 번역 일을 하고 싶어졌어요.”
그것도 사실은 사실이다.
- 〈프롤로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