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의 변명·크리톤·파이돈·향연 - 플라톤의 대화편 : 현대지성 클래식 28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무지를 아는 것이 곧 앎의 시작이다
소크라테스, 죽음으로 무지를 일깨우다
참된 진리 앞에서 죽음도 기쁘게 받아들인 탁월한 지성인이자 정의의 철학자, 소크라테스의 사상을 한 권에 담았다. 소크라테스는 기원전 5세기경 상대주의적이고 실용적인 진리를 내세운 소피스트에 대항하여 절대적이고 변하지 않는 진리를 추구하며, 질문과 대화를 통해 사람들의 무지를 일깨웠다. 그뿐만 아니라, 불경죄로 사형 선고를 받아 죽음에 이를 때까지 자신의 사상과 철학을 흔들림 없이 지켜 나가며 서양 철학의 근간이 되었다. 죽을 때까지 단 한 권의 책도 저술하지 않았지만 그의 사상은 모두 수제자인 플라톤에 의해 보존되어 전해졌다. 이 책 또한 플라톤이 저술한 것으로 소크라테스의 죽음과 관련된 세 권의 책 ― 『소크라테스의 변명』, 『크리톤』, 『파이돈』 ― 그리고 ‘에로스’를 예찬하는 『향연』을 담고 있다.
1. 소크라테스의 변명
소크라테스는 기원전 399년에 불경죄와 청년들을 부패시킨 죄로 고발되어 재판을 받았다. 이 책에는 소크라테스가 “청년들을 부패시키고”, “나라가 믿는 신들이 아니라 아테네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새로운 잡신들을 믿는다”는 고발에 대해 자신을 변호한 내용을 담고 있다.
책은 1차 변론과 유죄 평결 이후의 2차 변론, 그리고 사형 선고 후의 3차 변론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소크라테스의 변론은 다음과 같다. 어느 날 자신의 친구가 델포이 신전에서 신탁을 받게 되는데, “가장 지혜로운 자는 소크라테스”라는 내용이었다. 그는 그 의미를 알고 싶어 지혜롭다고 자부하는 사람을 찾아다니며, 대화를 나눴지만 자신보다 더 지혜로운 사람을 찾지 못했다고 말하였다.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의 미움을 사게 되었고, 그로 인해 고발을 당했다고 변론했다. 따라서 자신의 행위는 신탁에 의한 것이므로 새로운 잡신을 믿는다는 고발의 내용이 거짓이며, 청년들이 자신의 행위를 모방한 것뿐이기 때문에 청년들을 부패시켰다는 고발 또한 거짓이라고 말하고 있다.
2. 크리톤
사형 집행 날을 코앞에 두고 소크라테스를 찾아와 탈옥을 권유하는 친구 크리톤에게 탈옥을 할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하는 내용을 담은 책이다.
크리톤은 세 가지 이유를 들며 소크라테스를 설득한다. 첫째, 소크라테스를 살릴 수 있는데도 살리지 않으면 친구들이 욕을 먹게 된다는 것, 둘째, 소크라테스가 죽음을 택한다면 그를 고발한 적들을 돕는 셈이 된다는 것, 셋째, 죽게 되면 자식들에 대한 도리를 다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이에 대해 이성과 논증을 바탕으로 탈옥이 정의롭지 못한 이유를 설명한다. 그는 자신이 오랫동안 아테네에 산 것은 이미 법에 복종하기로 한 것이기 때문에 탈옥을 하면 그 합의를 깨뜨린 자가 될 뿐만 아니라 자신과 친구, 그리고 국가에게 해악을 입히게 된다고 말한다. 따라서 그는 수치스럽게 살아남아 자신이 추구하던 참된 진리를 더럽히고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기보다는 죽음을 선택하는 것이 정의를 지키는 길이라 말하고 있다.
3. 파이돈
소크라테스의 생애 마지막 순간, 그의 친구들과 추종자들이 함께 모여 ‘영혼 불멸’이라는 주제로 대화를 나눈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대화에서 죽음을 재앙이 아닌 복으로 여기고 기쁜 마음으로 죽음을 받아들이는 소크라테스의 마지막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소크라테스는 철학자의 죽음은 화(재앙)가 아니라 복이고, 이승에서 저승으로 가는 것은 영원히 축복받은 자들의 땅으로 가는 것이라고 말하며, 이승에서의 철학자의 삶은 그 준비 과정이기 때문에, 도리어 기쁜 마음으로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인다고 말하고 있다.
4. 향연
『향연』은 플라톤의 글 가운데 『국가』 다음으로 많이 읽히고 사랑받는 책이다.
기원전 416년, 아가톤이라는 비극 작가가 레나이아Lenaia 제祭의 비극 경연에서 우승한 것을 기념하여 연회를 베푼다. 이 책은 이 연회에 참석했던 소크라테스와 그의 추종자들이 ‘연애’의 신인 ‘에로스’를 예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연회에서 다른 사람들이 소크라테스보다 먼저 ‘에로스’를 예찬한다. 그들은 모두 ‘에로스’ 신을 자신의 연애 대상 또는 예찬의 대상으로 여긴다. 그들은 ‘에로스 신’은 완전하고 온전히 아름답다는 전제 하에서 예찬을 이어간다. 반면 소크라테스는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에로스’는 한 사람의 아름다운 몸을 연애하는 것에서 시작하여, 아름다운 일들과 미덕들을 연애하는 것으로 발전한다. 거기서 “아름다움” 그 자체, 즉 ‘이데아’를 관조하고 직관하는 경지로 올라갔을 때에 ‘에로스’는 완성된다. 이에 덧붙여 철학은 궁극적으로 ‘이데아’를 직관하기 위한 것이고, 철학의 수단은 이성에 의거한 추론과 변증이다. 따라서 철학하는 것, 즉 이성적인 변증을 통해 참된 것들인 ‘이데아들’에 대한 지식을 얻어 진정한 지혜에 이르는 것이야말로 고유한 의미에서의 ‘에로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