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조
모처럼 별식으로 닭 국물에 칼국수를 해서 식구가 땀을 흘려가며 먹고 있는 참이었다.
“이런 때 느이 황주 아주머니나 오셌다 한 그릇 훌훌 자섰드라면 좋을걸 그랬구나…… 말이야 없겠느냐마는, 그 마나님두 인저 전과 달라 여름 삼복에 병아리라두 몇 마리 삶아 소복이라두 하구 엄두를 낼 사세가 되들 못하구. ……내남적없이 모두 살기가 이렇게 하루하루 쪼들려만 가니…….”
어머니가 생각이 나 걸려 해 하는 말이었다.
어머니는 의가 좋고 해서 그러던 것이지마는 어버지는 어머니와 달라, 황주 아주머니가 별반 직성이 맞지를 않는 편이었다.
“그래두 그 마나님넨 느는 게 있어 좋습니다.”
“온 영감두. 지금 사는 그 일본 집두 30만 환에 내놨다는데 그래요? 한 30만 환 받아, 사글세 집을 얻든지, 문 밖으루다 조그만한 걸 한 채 장만하든지 하구서, 남겨진 가지구 얼마 동안 가용이라두 쓰구 할영으루다…….”
“느는 게 조음 많으우?…… 자아, 몸집이 늘지. 희떠운 거 늘지. 시끄런 거 늘지. 말 능란한 거 늘지. 따님 양개화(洋開化) 늘지. 아마 그 마나님은, 한때 그 국회의원이라드냐 하는 걸 선거하는 데 내세우구서, 누굴 추천하는 연설 같은 걸 시켰으면 아주 일등으루 잘했을 거야.”
“난 또 무슨 말씀이라구…….”
어머니는 그만 웃고 만다.
아버지도 따라 웃으면서
“난 정말이지, 그 생철동이, 하두 시끄러 골치가 아파 못하겠습디다.”
“아따, 생철동인 생철동이루 씨어먹게스리 마련 아니우? 세상 사람이나 세상일이 다 그렇게 제제끔이요, 제 곬이 있는 법 아니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