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과 같은 사람
공부가 직업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당연히 책 읽는 것도 직업의 일환이었지요.
전공과 관련해서 읽어야 할 책들, 논문들이 산더미 같았습니다.
그 시절 그 많은 책들의 존재감은 제가 감당하기에는 무거웠고, 그래서 저를 지치게 했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다른 직업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런 저런 바쁜 일로 책과 조금 소원해졌습니다.
습관처럼 책을 꼭 휴대하고 다니긴 하지만 읽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없었습니다.
비교적 편하게 책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또 시간이 흐르고, 아이에게 책 읽는 습관을 갖게 할 요량으로 1년에 100권 읽기 내기를 했습니다.
과욕이다 싶었지만 아이도 저도 무난히 100권 읽기에 성공했습니다.
제 이야기를 들은 주변 사람들 중에 100권 읽기에 동참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가끔 그들과 술 한 잔 기울이며 책 이야기를 합니다.
대화가, 생각이, 삶이 풍요로워졌습니다.
그렇게 오랜 시간 책과 함께 지냈습니다.
책을 읽다보면 맘에 드는 글들이 있습니다.
때로는 책에 포스트잇으로 표시해 두거나 아니면 노트나 수첩 등에 적어두었습니다.
좀 더 부지런한 경우에는 제가 갖고 있는 DB에 저장도 하지요.
그렇게 모아 둔 내용에 제 생각을 덧붙여 가끔 글을 써놓곤 했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이코노믹 리뷰》에 〈책 읽어주는 남자〉라는 코너에 매주 그 글을 연재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글을 모아 이렇게 책으로 내고자 합니다.
독서로 인생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독서가 성공으로 가는 열쇠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솔직하게 말하면 독서로 그렇게 될 수 있는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제 경우엔 책이 있어 좋았고, 책이 있어 시간을 견딜 수 있었고, 삶을 지탱할 수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들도 그런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냥 생각나는 대로 떠오르는 대로 써 본 글들입니다.
무엇을 의도한 것도 아니고 가까운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듯 그렇게 쓴 글들입니다.
그냥 편하게 읽을 수 있는 글들이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