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토이 단편선
이번 톨스토이 단편집은 톨스토이의 방대한 작품 중 후기 작품을 중심으로 선별한 6편의 작품을 실었다. 이 작품들은 주로 러시아 민화를 참고하고 자신의 종교적 이상까지 버무려 민중을 계몽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이러한 계몽성은 현대의 독자에게 다소 재미를 반감시킬 수 있는 요소지만, 톨스토이의 단편들은 보기 좋게 그러한 면을 상쇄한다. 바로 그 지점에서 톨스토이가 어째서 대가인지 여실히 드러내어 준다. 모더니즘 문학의 거장인 제임스 조이스는 톨스토이의 최고 작품을 <사람에겐 얼마만큼 땅이 필요한가>로 꼽았고, 톨스토이 자신도 간결한 길이로 압축적이고도 쉬운 이야기를 풀어낸 후기의 짧은 작품들이야말로 자기 소설의 정수라고 표현했다.
이 의견에는 여러 논란이 있겠지만 톨스토이의 말처럼 이 소설들이 톨스토이가 전 생애에 걸쳐 고민했던 예술관과 사상을 잘 담아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당시 톨스토이는 기독교아나키즘이라고 표현할 만한 ‘톨스토이주의’를 주창하며 하나님의 진짜 말씀을 따르려고 했다. 비폭력 사상의 실천과 무한한 사랑은 오래전 예수님이 하시려는 원래 기독교의 참뜻이 스며있다.
훗날 레닌이 그의 책을 읽고는 “톨스토이만큼 러시아 민중의 모습을 절실하게 그려낸 작가는 없었다”고 감탄했다는 데서도 짐작할 수 있듯 그는 사실주의 소설의 대가로서도 러시아 민중의 모습을 가감 없이 그리려고 했지만, 민중 스스로 변화하기를 바라며 그들을 계몽하려는 교육 운동이나 출판 운동에도 참여했었다.
글쓰기에서도 그러한 고민이 반영되었다. 그 예로 <바보 이반>이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사람에겐 얼마만큼 땅이 필요한가> 등의 후기 단편소설을 꼽을 수 있다.
<사람에겐 얼마만큼 땅이 필요한가>만 읽어봐도 민중을 향한 사랑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러시아에서 흔히 들을 만한 이야기를 끌어와 대가가 직접 손질하고 자기의 사상을 주입하여 민중이 재미있게 삶의 진리를 배우기를 바랐던 것이다.
방대한 장편소설로 문학사에 빛나는 업적을 이뤘지만, 그에 못지않게 소박하고 참된 사상가의 길을 걸으려고 했던 톨스토이였다. 이번 톨스토이 단편집에서 선별한 6편의 짧은 소설들은 그 중간 지역에 있다. 그의 후기 대표 작품 6편을 읽으면서 톨스토이가 민중에게 바랐던 소망이 무엇인지 짐작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대가가 자신의 손주에게 조곤조곤 책을 읽어주는 모습이 떠오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