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나무는 심어놓고 (한국문학 Best)
러시아에 체호프, 프랑스에 모파상, 미국에 오 헨리가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이태준이 있다. 이태준이야말로 우리나라 단편 문학의 완성자라 이를만하다. 이태준이 이룩한 예술적 성취는 단지 수려한 문장이 보여주는 기교나 서정적인 분위기라기보다는 그가 그려내는 선명한 인물상에서 비롯된다. 그는 시대와 환경의 그늘 속에서 움직이는 희미한 존재들을 선명한 인간상으로 새롭게 태어나게 만든다. 쓸쓸한 죽음을 맞이하는 『복덕방』의 안 초시, 어리숙하지만 순박한 『달밤』의 황수건, 『밤길』의 황 서방, 『돌다리』의 아버지 등 이태준이 창조해낸 인물들은 거대한 변화의 소용돌이를 겪는 시대 속에서,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존재이지만 자기 색깔이 있는 분명한 존재로서 자리 잡고 있는 인물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