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아
신이 세상을 버리셨다.
하늘을 검게 물들이며 절망을 별똥별처럼 뿌리는 아비스의 마왕은 기분이 내킬 때마다 마을로 내려와 도시를 불태우고 사람을 죽였으며, 금은보화를 빼앗았다. 그로 인해 사람들의 삶은 극도로 피폐해 졌으며, 신전에는 날마다 구제를 바라는 애원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대륙을 삼분하고 있는 가르디스 제국, 알제르노 신성왕국, 그리고 동방의 한 제국은 각기 마왕을 토벌하기 위해 대규모 토벌군을 조직했으나, 그 모두가 마왕의 거대한 마력 앞에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비탄과 절망에 잠긴 백성들은 신전으로 몰려가 신에게 기도하였다.
신이시여, 인간을 불쌍히 여기시어 부디 우리에게.
―용사를.
정원에 흐드러지듯 피어난 벚꽃이 지고 그 자리에 새하얀 백합이 피어날 때 일곱 번째 예언이 내려온다. 얼떨결에 용사가 된 사기꾼 여류 검객, 세상을 멸할 마왕을 무찌르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두 명의 용사, 두 명의 종자, 두 명의 마왕, 두 명의 용. 피어난 백합이 다시 질 때, 두 개의 이야기가 맞물리고 진실이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