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으로 2018년 주요 언론 매체와 출판인이 뽑은 ‘올해의 저자’로 여러 차례 이름을 올린 김원영 변호사가 20대에 쓴 책 『나는 차가운 희망보다 뜨거운 욕망이고 싶다』가 『희망 대신 욕망』이란 제목으로 새롭게 출간되었다.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에서 세상이 ‘잘못’ 태어났다고 취급하는 존재들의 존엄함을 ‘변론’한 김원영은 『희망 대신 욕망』에서 장애를 가진 자신의 몸을 끊임없이 탐구하고, 자신의 삶을 있는 그대로 내보이며 자유와 연대의 힘을 ‘증언’한다. 개정판에는 서문과 후기를 추가하고 장애 문제를 깊이 이해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위해 부록 ‘장애 문제 깊이 읽기’ 내용을 보완했다.
수시로 뼈가 부러지는 골형성부전증을 안고 태어난 김원영은 방 안에서 할머니가 사다준 아이스크림을 먹고, 마당의 강아지를 바라보며 무료한 오후를 보내고, 누나의 사회과부도에 점을 찍으며 전 세계를 돌아다니는 것이 일상의 전부였다. 열다섯 살이 되어서야 검정고시를 보고, 재활학교에 들어가 처음 세상 밖으로 나간 그는 단지 휠체어를 탄다는 이유로 입학 원서도 팔지 않았던 일반 고등학교의 높은 장벽을 겨우 넘어 ‘일반’의 세계로 들어간다. 그 뒤 노력 끝에 서울대학교에 입학해 장애인 인권운동에 뛰어들고, 로스쿨에 진학한다. 『희망 대신 욕망』은 ‘보이지 않는 존재’였던 한 유약한 소년이 세상이라는 무대에 등장하기까지를 다룬 한 편의 성장기다. 하지만 이 책은 ‘인간 승리 드라마’와는 거리가 멀다. 저자는 오히려 ‘누구나 의지만 있다면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의 서사를 거부한다.
김원영은 이 책에서 장애인을 ‘미물(微物)’ 취급하는 사회의 동정 어린 시선과 차가운 편견 앞에서 장애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쿨한’ 태도를 유지하는 대신, 뛰고 싶다고 말하고, 사랑하고 싶다고 말하며 자신의 욕망을 긍정하고 권리를 당당하게 요구하는, 뜨거운 존재가 되자고 말한다. 이 책이 처음 출간된 2010년, “차가운 희망보다 뜨거운 욕망이고 싶다”는 그의 선언은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에게 많은 지지를 얻었다. 그는 치밀할 정도로 솔직하고 촘촘하게 써내려간 개인적 서사와 풍부한 사례를 통해 ‘장애인은 순수하다’, ‘장애인은 불쌍하다’ 등 장애인 개개인의 개성을 무시하거나, 장애인은 욕망이 없는 존재라고 여겨왔던 편견에 당당하게 마주한다. 2019년, 그의 선언은 여전히 유효하다.
저자소개
골형성부전증으로 휠체어를 탄다. 열다섯 살까지 병원과 집에서만 생활했다. 검정고시로 초등학교 과정을 마치고, 장애인을 위한 특수학교의 중학부와 일반 고등학교를 거쳐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했다. 서울대학교 로스쿨을 졸업하고 국가인권위원회 등에서 일했으며, ‘장애문화예술연구소 짓’에서 연극배우로 활약하기도 했다. 현재 서울에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한편에는 장애, 질병, 가난을 이유로 소외받는 동료들이 있고 다른 한편에는 좋은 직업, 학벌, 매력적인 외모로 세상의 ‘중심’에 서 있는 동료들이 있다. 그 가운데서 진동하듯 살면서, 또 사회학과 법학을 공부하면서 자신의 정체성과 장애인 문제를 사회적 차원에서 고민하기 시작했고, 그 고민을 여러 매체에 글로 썼다. 지은 책으로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인문의학》(공저)이 있다. 〈한겨레〉와 〈시사인〉, 〈비마이너〉 등에 글을 쓴다.
목차
개정판 서문 욕망을 두려워 않는다면 __ 5 시작하며 작고 약한 존재들의 야하고 뜨거운 고백을 열망한다 __ 17
1. 유리 같은 몸, 가시 같은 마음 지하철을 탄 장애인 __ 29 보이지 않는 존재 __ 33 나는 골형성부전증이다 __ 37 달빛만 들어오던 사춘기 __ 45 배움이 열어준 신세계, 그러나 비좁은 세계 __ 53 희망과 한계 사이 __ 58 풍경이 된 사람들 __ 64 무대 위, 내가 세상에 보이는 순간 __ 73 열여덟 살의 봄 __ 78 내 몸과 내가 하나가 되기까지 __ 84
2. 온몸을 밀어 세상 속으로 탈출을 꿈꾸다 __ 91 바깥세상의 아찔한 높이 __ 96 ‘특수’의 세계와 ‘일반’의 세계 __ 103 ‘허락’받아야 하는 권리 __ 111 슈퍼 장애인 되기 __ 119 가장 달랐지만 가장 가까웠던 친구, 천명륜 __ 126
3. 새로운 몸의 기억 만들기 추락하는 것에는 바퀴가 있다 __ 137 계속 이렇게 살 수는 없다 __ 141 지하철 선로 위에 누운 사람들 __ 147 몸은 바꿀 수 없지만 사회는 바꿀 수 있다 __ 153 장애를 극복한 장애인? __ 158 나는 치료되지 못했지만 치유되었다 __ 167 ‘커밍아웃’이 이끌어낸 변화 __ 172
4. 두 세계 사이에서 칸트를 읽는, 구걸하는 장애인 __ 181 분리된 세계 __ 188 비정상 세계의 지옥 같은 이야기 __ 194 전시되는 사람들과 구경하는 사람들 __ 203 우월감, 그 잔인한 쾌락 __ 209 함께 비를 맞는 연대 __ 214
5. 나는 ‘야한’ 장애인이고 싶다 직립보행의 섹시함에 대하여 __ 255 쿨한 인간 말고 그냥 인간이면 안 될까 __ 233 “내 다리를 봐줘” __ 237 운명에 순응하지 않는 몸 __ 244 ‘나쁜’ 몸이 외치는 자유 __ 250 내 인생이라면 뜨겁게 __ 259
6. 통 속의 뇌, 주인공이 되다 여전히 신발 끈도 못 묶지만 __ 267 휠체어 위의 맥베스 __ 273 꿈의 크기 __ 278 객석을 무대로 바꾸는 용기 있는 사람들 __ 283 내게 주어진 자유의 무게 __ 289 무력한 20대 그리고 88만 원짜리 장애인 __ 295 “괜히 나서지 마”라는 오래된 명령 앞에서 __ 301 나와 당신의 몸을 위한 증언 __ 306
마치며 우리에겐 분노가 필요하다 __ 311 후기 그리고 10년 후 __ 318 부록 장애 문제 깊이 읽기 __ 323 참고문헌 __ 3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