낫 놓고 기역자를 알게 한 임금 세종
이 소설은 사실은 사실 그대로 기록했다는 점에서 역사소설의 정통적인 문법에 충실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사실만의 나열로써는 결코 역사소설이 될 수 없다. 이 소설 역시 사실과 사실 사이의 행간에서 작가 특유의 상상력이 발휘되었음은 물론이다.
세종대왕은 이순신과 더불어 우리 역사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이자 민족의 자존심으로 추앙받는 인물이다. 이처럼 거의 신앙에 가까울 정도로 존경받는 인물의 일대기에 관한 소설을 쓰면서 필자는 내심 두렵고 조심스러웠다. 왜냐하면 알려진 것과는 다르게 그에게서도 어둡고 부끄러운 일면이 발견되지나 않을까 해서였다. 그 경우 어떡할 것인가. 모른 체 덮어두고 기존의 영웅 신화에 그대로 편승할 것인가, 아니면 사실은 사실 그대로 까발릴 것인가. 필자의 갈등은 오래가지 않았다. 무릇 완전한 인간이란 없는 법, 한 인간에게 공로와 과실이 있다면 그 역시 있는 그대로 털어놓는 것이 작자의 의무이자 이 소설이 세종대왕을 다룬 여느 소설들과 구별되는 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