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난하게 사는 게 답이야 - 황상민의 성격상담소 1
평범하게, 조용히, 튀지 않게, 남들처럼
대세에 따르는 착하고 착한 사람들
1권은 WPI 성격 유형 중 ‘리얼리스트’ 이야기를 담았다. 리얼리스트는 한마디로 ‘세상의 빛과 소금’이다. 저자는 한국인의 50%가 리얼리스트 성향이라고 진단한다. 적당히 남들처럼 살면서 안도하는 대부분의 보통 사람이 바로 리얼리스트다. 출근길 전철 안 옆자리에 앉은 그 사람, 길거리를 걷다가 마주치는 저 사람, 자기 일을 열심히 하며 살아가는 ‘평범한 보통의 소시민’이 리얼리스트의 모습이다.
다른 성향에 비해 리얼리스트의 특징이 뚜렷한 사람은 ‘진정한 자기’를 찾고자 애쓴다. 자신의 진정한 자아를 다른 누군가 혹은 무엇으로부터 확인하려는 심리가 리얼리스트의 특성이다. 그래서 인생을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으로 보고 진짜 나를 발견하기까지 가면을 쓰겠다고 다짐하며 살아간다. 리얼리스트는 진정한 자기 찾기를 위해 끊임없이 다른 사람과 ‘관계’를 추구한다. 타인에게 부단히 ‘나’를 물으며 남에게 번듯하게 보이는 일에서 존재 이유를 찾는 것 자체가 리얼리스트의 삶이다.
이 책에는 리얼리스트 5인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들 중 특히 가장 안정적인 직업으로 알려진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내 성격에 맞게 살고 있는지 궁금하다’는 내담자의 사연은 리얼리스트들이 겪는 고민의 전형을 보여준다. 리얼리스트는 자신이 이상적이라고 여기는 삶의 목표에 도달하면 성공했다고 보고 안정감을 얻는다. 그러나 그 성공도 최대 사용기간이 ‘10년’을 넘지 못한다는 것이 저자의 진단이다. 10년이 지나면 몽땅 방전되어서 회의감이 몰려오는데,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너무 안정적이어서’ 그렇다는 것. 과제를 달성한 삶에 익숙해지면 처음 목표를 이룬 순간은 까맣게 잊는다는 의미다.
그런데 남 보기에는 안정적으로 사는 사람이 ‘삶이 불만족스럽다’고 말하면 사람들은 ‘호강에 겨웠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평탄한 삶에 초조감을 느끼다니 배가 불렀다고 볼 법하다. 그러나 리얼리스트는 이런 상황에 대해 정말로 위기감을 느낀다. 지금껏 성실하게 살아왔으나 어느 날 스스로 그려온 이상적인 모습이 틀렸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엄습하기 때문이다. 이럴 때, 다시 ‘근사한 표본’을 만들면 되지만 그걸 스스로 만들지 못하는 것이 리얼리스트의 비애다. 이럴 때 리얼리스트는 새로운 관계, 조직, 등에서 권하는 인생의 모델을 ‘협찬’받아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솔루션이다.(1권 2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