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일본과 독일, 전 유럽에 걸쳐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작가 다와다 요코의 에세이. 책에서 작가는 그 자신이 지속적으로 탐구해온 자아와 세계, 그 사이를 잇는 언어라는 매개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보인다. 그는 유동적으로 변화하는 자아와 언어, 그로 인해 새롭게 인식되는 대상에 대해 다루며, 이를 통해 기존의 언어 권력에 매몰되지 않고 저항할 틈새, 전환의 계기를 제시한다.
『영혼 없는 작가』에 등장하는 샤샤는 글을 읽지 못한다. 그녀는 세상을 읽기보다는 모든 것을 정확하게 관찰하고자 하며,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지각한다. 또 다른 문맹인 소냐는 불사조 비누의 포장지에 비누와 상관이 없는 불사조가 인쇄되어 있음을 이상하게 여기며 당연시되어 온 것들에 의문을 제기한다. 작가는 이들을 통해 글을 읽을 수 없다는 것이 단순한 결점이기보다는 대안적 지각 방식을 가지도록 했음을 이야기하며,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신선한 시각, 자신만의 눈을 갖는 것의 힘을 보여준다.
저자소개
다와다 요코는 1960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났고, 와세다 대학에서 러시아 문학을 전공했다. 1979년 19세의 나이로 시베리아 기차를 타고 홀로 독일로 갔다. 작가는 특이하게도 자신의 짧은 이력서에조차도 이 기차 여행을 거의 빠짐없이 기재하는데, 한 인터뷰에서 그는 이 체험이 자신의 문학 세계에서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즉 기차역에서마다 다른 물을 마시며 서서히 새로운 문화에 적응해 왔다는 점은 작가로 하여금 동양과 서양을 대립되는 세계가 아닌, 서로 겹치는 큰 경계 영역을 지닌 세계로 인식하게 만들었다. 아울러 새로운 세계와 언어에 대한 낯선 체험은 언어 자체가 갖고 있는 ‘매개체’로서의 속성을 깊이 있게 성찰하게 했다.
즉 언어는 투명한 유리처럼 자아와 세계를 매개시켜 주고 자신은 보이지 않게 물러나 있는 것이 아니라, 낯선 매개체로서 사용할 때마다 우리는 이 매개체를 통해 생각하고 말해 왔음을 인식하게 된 것이다. 이는 세계를 자명한 것 혹은 고정된 정체성으로 파악하는 것을 의문시하게 만든다. 다와다의 거의 모든 작품에서 ‘나’가 고정된 주체가 아니라 항상 변화하는 물 같은 존재로 그려지는 것 또한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새로운 언어를 익히면서 체험하는 언어의 이방성 혹은 낯섦은 모국어도 마찬가지로 거리를 두고 관찰하게 만든다. 그럼으로써 기존의 언어 권력에 매몰되지 않고 저항할 틈새를 찾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다와다는 낯선 것이 주는, 세계에 대한 새로운 인식의 계기를 중요하게 여긴다. 다와다 문학 세계의 중심에는 언어의 낯섦이 놓여 있다.
1982년부터 다와다는 독일에 체류하고 있으며, 함부르크 대학에서 독문학을 전공했고, 2000년에 스위스 취리히 대학에서 「유럽 문학에 나타난 장난감과 언어 마술」이라는 논문으로 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7년에 최초로 『네가 있는 곳에만 아무것도 없다(Nur da wo du bist da ist nichts)』라는 책을 독일어와 일본어로 출판했다. 주목을 받은 『목욕탕』은 1989년에 발표되었고, 그 외에도 『유럽이 시작되는 곳(Wo Europa anf?ngt)』(1991), 『손님(Ein Gast)』(1993), 『밤에 빛나는 학가면(Die Kranichmaske, die bei Nacht strahlt)』(1994), 『여행을 떠난 오징어(Tintenfisch auf Reisen)』(1994), 『부적(Talisman)』(1996), 『귤은 오늘 밤 안으로 탈취당해야 한다(Aber die Mandarinen m?ssen heute abend noch geraubt werden)』(1997), 『계란 속의 바람처럼(Wie der Wind im Ei)』(1997), 『오르페우스 혹은 이즈나기(Orpheus oder Izanagi)』(1998), 『틸(Till)』(1998), 『변신 (Verwandlungen)』(1998), 『오비디우스를 위한 마약(Opium f?r Ovid)』(2000), 『벌거벗은 눈(Das nacke Auge)』(2004)을 발표했다. 대부분의 작품이 중, 단편 소설이나 에세이 형식을 취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시와 장편 소설과 연극, 방송극으로 장르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독일에서 레싱 문학상, 샤미소 상, 괴테 문학상 등을, 일본에서 군조 신인 문학상, 이즈미 교카 문학상, 쓰보우치 쇼요 상, 다니자키 준이치로 문학상, 아쿠타가와 상 등을 받았다. 한편 1998년에는 튀빙겐 대학의 문학창작과에서 시학을 강의했고, 1999년에는 미국 MIT에서 창작 강의를 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