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사생활
이탈리아를 ‘직접’ 여행한 것보다 더 선명한
알베의 이탈리아 안내서
JTBC [비정상회담]을 통해 알려진 알베르토 몬디는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한국 생활 10년 차가 된 그는 이탈리아 출신 샐러리맨에서 방송인으로 전업하며 특유의 입담과 스마트함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그런 그가 이탈리아에 관한 책을 냈다. 《이탈리아의 사생활》이다. ‘알베르토가 전하는 이탈리아의 열 가지 무늬’라는 부제처럼 이탈리아에 관한 테마 10가지를 풀어 쓴 글이다.
이 책은 마치 한국에서 살고 있는 이탈리아인 알베르토를 그대로 옮겨 놓은 것 같은 느낌이다. 한국에서 알베르토는 한국과 이탈리아 사이의 어디쯤에서 살고 있다. 이탈리아인이지만 이탈리아인으로만 살 수는 없고, 그렇다고 완벽한 한국인이 될 수도 없다. 알베르토가 위치한 곳은 한국과 이탈리아를 객관화하면서 두 나라 사이의 차이점을 드러낼 수 있는 중간지대다. 이 책의 방점도 여기에 찍혀 있다. 이탈리아를 여행하고, 제대로 알고 싶은 사람들을 한국인의 관점과 이탈리아인의 관점으로 연결해주는 창(窓)이다.
이 책은 이탈리아 여행서가 아니라 인문서에 가깝다. 여행지의 정보나 역사가 아닌, 현재의 이탈리아의 사람들을 중심으로 이탈리아를 그려 나아간다. 피렌체나 로마에 가서 허겁지겁 ‘인증샷’을 찍어오는 여행이 아니라 이탈리아 현지인처럼 즐길 수 있는 방법을 말해준다. 그렇게 하려면 당연히 이탈리아의 역사와 유적지보다는 그곳의 사람을 알아야 한다. 사람을 알기 위해서는 정서와 문화를 알아야 하는 게 당연하다. 이 책이 여행서라기보다는 인문 교양서에 가까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만약 여행지의 식당에 가서 최고의 요리를 먹고 싶다면 메뉴판보다는 셰프를 이용하라고 하는 식이다. 왜냐하면 이탈리아의 셰프는 자부심이 대단하기 때문이다. “15유로밖에 없는데 셰프를 믿겠으니 좋은 메뉴를 추천해달라”고 하면 셰프는 최선을 다한 요리를 내온다는 팁이다.
이탈리아인들이 왜 커피에 집착하고, 축구에 열광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나 연애관, 한국인에게는 충격적일 수 있는 교육 체계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진진하다. 이탈리아인도 제대로 모르는 역사나 문화유산을 이야기하는 것보다는 훨씬 이탈리아 사람들에게 가까운 이야기들이다. 이런 이야기들을 한국인 입장에서 풀어내는 글을 읽다 보면 마치 이탈리아에서 친구를 사귀고 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한국어 글쓰기가 서툰 알베르토를 위해 원고를 정리한 이윤주 작가의 말에 따르면, “훗날 이탈리아를 ‘직접’ 여행할 기회가 있대도, 그 경험이 알베르토가 들려준 이야기보다 풍부하고 선명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할 정도다. 이 책을 읽어 보면 이탈리아가 훌쩍 가까워졌음을 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