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소리질러
‘교실’-시인의 목소리, 시로 채웠다
장인수 시집 『교실-소리 질러』는 고등학교(서울 강남의 중산 고등학교) 교사인 시인 자신의 경험적 실재가 애정과 열망, 그리고 통증과 회한으로 함께 뒤섞여 펼쳐진 우리 교육 현장의 생생한 육성의 기록이자 선명한 도록圖錄이다. 한국 시단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시인이 고등학교 교육 현장을 중심에서 그려낸 본격적인 시집은 『교실-소리 질러』가 처음이다. 박성우의 『난 빨강』, 박일환의 『학교는 입이 크다』, 이장근의 『나는 지금 꽃이다』, 김미희의 『외계인에게 로션을 발라주다』 등의 시집이 있는데 대부분 중학교 저학년의 풍경을 그리고 있다.
우리가 기대하는 학교 교실은, 다른 사람의 삶과 상상력에 교감하고, 미답(未踏)의 세계에 대한 새로운 지식을 획득하고, 인간 정신의 자료들을 유추함으로써 자신의 삶을 보다 더 이해할 만한 것이 되게 하는 방향으로 구성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교실은 경험의 부피를 늘려가는 상승과 생성의 공간보다는 여러 난경 속에서 하강해가는 공간으로 우리에게 그려지기 일쑤였다.
장인수는 바로 그 상승의 요구와 하강의 현실이 교차하는 ‘교실’을 직접 시의 대상으로 삼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장인수에게 ‘교실’이란, 각 부의 소제목이 연쇄적으로 암시하듯이, 천만 송이가 일시에 피어나는 곳이고, 어떤 풍경에 발목 헛디디게 하는 곳이고, 넓디넓은 야성의 대초원이자 가스통이 청춘을 굴러가게 하는 곳이기도 하다.
우리 시대는 순조로운 성장은커녕 오히려 성장을 거부하려는 반反성장의 태도가 미만해지고 있는 불안한 시대이다. 그 점에서 우리가 장인수 시편을 읽는다는 것은, 성년 이전의 순수성을 바라보는 과정인 동시에, 성년 세대에 대한 순응과 거부를 통해 성장과 반성장의 이중주를 이루어가는 과정과 마주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 점에서 장인수 시편 속의 아이들은 성년을 향해 가는, 하지만 성년에 대항하는, 그리고 어쩌면 성년을 선취해버린 경험과 지혜를 다양하게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