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여름 문어 모자를 다시 쓰다
“차갑고 발랄한” 시로 “문학을 멀리까지 가져가 보는 모험”을 포기하지 않는 서호준 시인의 『그해 여름 문어 모자를 다시 쓰다』가 열림원 시인선 시리즈 ‘시-LIM’ 두 번째 시집으로 출간되었다. 전작 『소규모 팬클럽』, 『엔터 더 드래곤』에서 게임 서사와 언어를 시로 호출하며 “변방적 활력”을 발생시킨 그는 이번에는 더욱 정교한 말의 변칙들로 모험을 감행한다. 이번 신작 시집 『그해 여름 문어 모자를 다시 쓰다』는 서호준 시인이 정해진 경로를 거부하고 더 많은 낯선 것들과 접속하며 시의 지형을 확장한 모험 일지이다.시집 곳곳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문어 모자”는 이 시집의 퀘스트 헬멧이다. 우스꽝스럽고, 다소 과장되어 있으며, 이상하게도 눈물이 나는 형태. 문어 모자를 다시 쓰는 순간, RPG 게임의 숨겨진 맵처럼 메타버스, 이세계물, 게임 서사, 비정규 노동, 번역되지 않는 감정들이 겹겹이 얽혀 나타난다. 익숙한 일상은 갑자기 낯설어지고, 엉뚱한 상상은 현실보다 더 생생하게 다가온다. 무심하고 유쾌한 문장 안에는 ‘하루 더 버티기 위해 쓰는 시’, ‘삶의 부조리를 견디는 말의 힘’이 깃들어 있다. 서호준 시인의 시는 독자를 ‘읽는 자’에서 ‘행위하는 자’, 즉 ‘모험가’로 변화시킨다. 읽고 나면 쓰고 싶게 만드는 시, 기묘한 현실과 현실적인 기묘함을 바라보게 하는 시, 그리고 죽음을 사유하고 체험하게 만드는 시. 만약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세계가 “모든 것이 돈으로 환산되는 이세계물”(「타일, 개, 맘무게」)처럼 느껴진다면, 이곳이 우리에게 맞지 않는다면, 우리는 ‘시’라는 “외부자의 언어”를 통해 다른 가능성의 문을 열 수밖에 없다. 우리는 다시 모험을 시작한다.“하루 더 살기 위하여 시를 향해 돌진하는 바보 기사.쓰기의 동맹, 오늘은 서호준과 함께 더 먼 곳으로 간다.” - 송승언(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