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 그림자에 루명 쓴 며느리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괴담 기획 개발 캠프’ 프로젝트 선정작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 콘텐츠&필름 마켓 참석자 투표로 ‘괴담 캠퍼스 피칭’ 최고상 수상‘문어 그림자에 루명 쓴 며느리’는 1930년대 『매일신보』에 실린 독자 투고 괴담의 제목이다. 장지문에 비친 문어 그림자 때문에 누명을 쓴 며느리가 시댁에서 쫓겨났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귀신 하나 등장하지 않지만 며느리가 너무도 쉽게 내몰린다는 점에서 충분히 괴이한 이 이야기는, 영화와 드라마 각본을 집필해 온 오유경 작가의 손을 거쳐 더욱 서늘한 분위기와 탄탄한 구조를 갖춘 소설로 재탄생했다. 새롭게 쓰인 『문어 그림자에 루명 쓴 며느리』는 일가족이 실종된 후 기억을 잃은 며느리가 자신의 아들을 혼인시켜 새 며느리를 맞이하면서 집안의 비밀에 접근해 가는 과정을 치밀하게 담아낸다. 타인에 대한 두려움에 경계를 짓다가도 어느 순간 경계를 허물어 타인을 받아들이고 자신을 발견하는 인물들의 사연은 경계와 관계 사이를 오가는 우리에 대한 우화로도 읽힌다. 다른 한편으로 인간 외 존재가 등장하는 괴담으로서의 긴장감을 처음부터 끝까지 유지하는 이 작품은 ‘읽어 나가는 즐거움’과 ‘의미를 새기는 즐거움’을 동시에 선사한다. 『문어 그림자에 루명 쓴 며느리』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괴담 기획 개발 캠프’ 프로젝트에 선정되면서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했고 동 영화제의 ‘괴담 캠퍼스 피칭’ 시상식에서 최고상을 수상했다.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 콘텐츠&필름 마켓에 참석한 영화 관계자들의 투표 결과로 주어진 상이니, 책으로 엮이기 전부터 매력을 널리 인정받은 이야기가 드디어 독자들을 만나게 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