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오울프와 괴물그렌델
英文學에 대해 관심을 가진 사람 중에 古典 敍事詩 《베오울프》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토록 유명한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이야기’로서의 베오울프에 대해서는 국내에 충분히 보급되지 않은 상태라 할 수 있다. 분량으로 보아 비교대상일지는 모르겠으나 중국의 고전《三國志》가 국내 유수 작가들에 의해 십여 회수가 넘음직하게 평역된 것에 비하면 조금은 아쉬운 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중국과 유럽(영국)은 우리 문화에 끼치는 영향의 차이가 나는 만큼 이제까지의 편식(?)은 자연스러운 것일 수 있다. 그러나 최근 국내에는 이제까지 중국 대륙을 무대로 하는 소설인 무협지가 대중에게 사랑받아왔듯이 유사(類似) 유럽 대륙을 무대로 하는 소설인 판타지가 또한 대중에게 사랑받고 있는 추세다. 그러므로 지금의 시점에서 판타지의 배경의 뿌리를 이루는 유럽의 고전을 평역하여 펴냄은 조금도 특별한 일이 아니라고 하겠다. 영문학의 전공도 아닌 작가가 영문학의 태두(泰斗)인 《베오울프》의 평역을 낸다는 것은 혹 당돌해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미 많은 중문학 비전공 문인들이 삼국지의 평역을 하였으며 그에 대해 중문학계에서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것에 비추어 보면 다소의 계면쩍음은 무난히 감수할 수 있으리라 보여진다. 또한 이 작품은 사실상 서사시 《베오울프》로부터 소재와 캐릭터를 따왔을 뿐이고 평역에서도 몇 걸음 더 나아가 원래는 줄거리의 정도에 머물러 있던 서사시의 내용을 하나의 ‘환상’ 소설로 재구성한 것이다. 영웅의 이야기는 시공을 초월하여 우리를 감동시킨다. 이 작품이 영문학의 고전 《베오울프》에 대한 일반의 인지와 이해를 도울 수 있다면 보람 있는 일일 것이다. 새千年 봄 朴 京 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