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낮에 꿈꾸는 사람들
소설광, 시광, 영화광, 미술광, 음악광.
각 분야에 미쳐 있는 사람들이 ‘예술’이라는 이름 아래 한 곳에 모였다.
무슨 이야기 중일까?
<영화광>
그래서, 내가 출세를 못 할 것 같단 말이야?
<시광>
글쎄, 그러지 말고 생긴 대로 살아.
사람이란 말이야, 물론 꿈을 꾸는 것도 좋겠지. 꿈 없는 인생은 쓸쓸하다니까.
꿈 없는 인생은 사막이라니까. 꿈 꿈 힘도 없는 사람은 살 자격이 없다니까…
하지만 그렇게 꾸기만 하다가는 언젠간 콱 뒈져버릴걸?
꿈의 꿈다운 값이란 그 꿈을 살리는데 있지.
꿈을 꾸는 게 장한 게 아니라 꿈에서 꿈을 찾는 것이 정말 꿈꿀 줄 아는 사람이란 말야!
때로는 싸우고,
<소설광B>
정말? 정말 한강으로 가려고?
<소설광A>
그래. 나는 지금 단 돈 만원도 없지만 걸어서라도 갈 거다. 다들 잘 있어!
<소설광B>
(나가려고 하는 것을 꽉 잡으며) 이봐, 정말 자살하러 가는 길이면 네 책 모두 나 주고 가면 안 될까?
<소설광A>
에라이! 다 가져라 다 가져!
때로는 유머러스 하고,
<음악광 부>
고맙습니다. 서울 와서 다른 노릇으로 생활을 한다면 또 모르지요.
그런데 밤낮 그놈에 깡깽이만 들고 그럽니다 그려.
그래, 그걸 배우면 뭣에 쓸데가 있는 건가요!
<대학생>
굶어 죽는 데나 쓰이지요!
때로는 웃픈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렇듯 "한 낮에 꿈꾸는 사람들"은 예술에 미쳐있는 사람들의 대화를 사실적으로 표현하고 있으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았다.
1930년대 쓰여진 글을 현대 시각에 맞춰 일부 개작하였으나 내용을 거의 바꾸지 않았음에도 지금 예술에 미쳐 있는 사람들이라면 충분히 공감하며 울고 웃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