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 단편집 - 세계인의 고전문학23
깊은 고독 속에서 40년 짧은 생을 살다간 그림자 같은 작가 오묘하고 독특한 시선으로 현대인의 상실과 고독을 이야기하다 독일 작가 가운데 프란츠 카프카처럼 많은 논란과 어두운 베일에 싸인 작가는 없다. 40년간의 짧은 생애 동안 그는 그림자 같은 고독함을 간직한 채 살아왔고 그의 작품 속에 숱한 의문점을 남겨 놓았다. 카프카의 작품 구성이나 등장인물은 하나같이 검정 보자기에 싸여 있는 원고 뭉치처럼 완전히 표면에 드러내 놓기 전까지는 뭐라 단정 지을 수 없는 오묘함을 가지고 있다. 그 대표작으로 변신 을 들 수 있으나 유독 그 작품이 아니라도 쉽게 그런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외판원인 그레고르 잠자는 어느 날 흉측한 벌레로 변해버린 자신을 발견한다. 고단한 업무 때문에 생긴 순간적인 착각일 거라고 믿었지만 그것은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었다. 아버지의 파산 이후에 가족의 생계를 헌신적으로 책임져왔던 그레고르였지만 이제 가족들은 쓸모없어진 그를 귀찮아한다. 처음에는 살갑게 먹을 음식을 챙겨주던 누이동생마저 벌레는 오빠가 아니라며 저것을 죽여야 한다며 소리친다. 살기 위해 몸부림쳤던 그레고르는 점점 삶의 희망을 잃어가고 결국 아무것도 먹지 않은 채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다. 카프카의 예술은 이러한 현대인의 상실과 고독을 다룬다. 하지만 여느 작가처럼 독자들을 설득하기 위함이 아니라 독자 스스로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도록 결론을 열어둔다. 그로 인해 독자들은 더욱 더 깊은 자기성찰을 경험하게 된다. 이 책에 수록된 단편들은 카프카의 이러한 작품론을 뒷받침하는 주옥같은 작품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