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처를 때리고 : 꼭 읽어야 할 한국 대표 소설 35

처를 때리고 : 꼭 읽어야 할 한국 대표 소설 35

저자
김남천
출판사
더플래닛
출판일
2015-12-15
등록일
2018-12-12
파일포맷
COMIC
파일크기
90 Bytes
공급사
우리전자책
지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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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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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남수(南洙)의 입에서는 ‘이년’ 소리가 나왔다.


자정 가까운 밤에 부부는 싸움을 하고 있다.


그날 밤 11시가 넘어 준호(俊鎬)와 헤어져서 이상한 흥분에 몸이 뜬 채 집에 와보니 이튿날에나 여행에서 돌아올 줄 알았던 남편이 10시 반차로 와 있었다.


그는 트렁크를 방 가운데 놓고 양복을 입은 채 아랫목에 앉았다가 정숙(貞淑)이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것을 힐끗 쳐다보곤 아무말도 안했다. 한참 뒤에 ‘어데 갔다 오느냐’고 묻는 것을 바른 대로 ‘준호와 같이 저녁을 먹고 산보한 뒤에 들어 오는 길이라’면 좋았을 것을 얼김에 ‘친정 쪽 언니 집에 갔다 온다’고 속인 것이 잘못이었다.


그 말을 듣고 남수는 불만은 하나 어쩔 수 없는 듯이 ‘세간은 없어도 집을 그리 비우면 되겠소’하고 나직이 말한 뒤에 그대로 윗방으로 올라가서 자리에 누웠다.


정숙은 준호와 저녁을 먹고 산보한 것이 감출만한 것도 안 되는 것을 어째서 자기가 난생 처음 거짓말을 하였는가 하고 곧 후회되었으나 준호와 산보하던 때의 기분으로 보아 준호도 그것을 남수에게 말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고 다시 두말 없이 그대로 아랫방에 자리를 깔았다.


그것이 오늘 남수가 저녁을 먹고 나가서 준호와 만났을 때에 탄로가 난 것이다. 하리라고는 생각도 않았던 준호가 무슨 생각으론지 남수에게 그 말을 해버렸다. 참으로 모를 일이다. 물론 준호 역시 말해서 안 될 만한 불순한 행동을 하지는 않았다. 그 역시 그만 일을 숨기느니보다 탁 털어놓고 농담으로 돌리는 것이 마음에 시원했을 것이다. 그는 늘 남수를 우당(愚堂) 선생이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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