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소리를 듣다
미스터리의 여제, 우사미 마코토의 충격적인 미스터리!
“당신, 죽음을 바라지 않나요?”
11년 전 마을에서 발생한 끔찍한 일가족 살인 사건의 비밀.
그리고 눈앞에서 손목을 그은 여자.
불온한 공기가 그들을 둘러싸는데…… 잔인한 운명의 소용돌이가 이끄는 곳은?
『밤의 소리를 듣다』는 『어리석은 자의 독』, 『전망탑의 라푼젤』에 이어 미스터리의 여제 우사미 마코토가 야심 차게 보여주는 우사미 마코토(流)미스터리다. 『밤의 소리를 듣다』는 정규 과정에서 일탈한 아웃사이더 학생들의 성장담과 한 마을에서 과거 발생한 살인 사건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이야기다. 이야기의 얼개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면 다음과 같다.
또래에 비해 지나치게 똑똑해서 은둔형 외톨이가 된 19세 소년 류타. 그런 류타 앞에서 갑자기 한 여자가 손목을 긋고 류타는 그녀에게 매료돼 그녀가 다니는 하루 고등학교 야간부 과정에 입학한다. 학교에서 친구가 된 다이고는 재활용품 가게 ‘달나라’의 일을 도우며 고객의 상담이나 의뢰를 들어주는 심부름센터 일도 함께 하고 있었다. 얼떨결에 다이고와 함께 이 일을 하며 류타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몇 년 전 마을에서 발생한 일가족 살인 사건의 수수께끼에 휘말리게 된다. 평온한 일상과 청춘을 뒤흔드는 충격과 경악의 미스터리가 쉼없이 펼쳐지는데…….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의뢰가 들어왔을까. 고객들의 의뢰에서 수수께끼가 출발한다는 점에 주목해 그 에피소드를 살펴보자면 다음과 같다. 톱밥 속에서 무럭무럭 자라던 장수풍뎅이 애벌레의 몰살, 죽은 아들의 모습으로 둔갑해 나타난다는 너구리, 유화 속 그려진 어린 자매의 갈등 등이 그러하다.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독특하고 무척이나 흥미롭다. 류타는 이런저런 의뢰를 받아 그 수수께끼를 풀며 그동안 굳게 닫혀 있던 자신의 세상을 조금씩 넓히고 사회로 나가는 ‘재활 훈련’을 착실히 해간다. 그러다 11년 전 마을에서 일어난 끔찍한 일가족 살인 사건의 비밀을 계기로 일상이 다시 한번 크게뒤흔들린다. 모든 이들을 쓸어 버릴 기세로 매섭게 몰아치는 잔인한 운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소년과 소녀, 친구는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지 묵묵히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형언할 수 없는 놀라움과 진실, 경악에 이르게 된다.
“전혀 모르는 타인의 기분이 우연히 연결되어,
생각지도 못한 형태로 구원이 탄생한다.
나는 그런 사소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미스터리의 여제 우사미 마코토는 그 명성에 비해 국내에는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현지에서는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작가 중 한 명이다. 1957년 일본 에히메현에서 태어났다. 2006년 『룸비니의 아이』로 제1회 ‘유幽’ 괴담문학상 단편 부문 대상을 수상하면서 화려하게 데뷔했다. 지방 도시에서 전업주부로 살아온 경험을 살려 인간의 부정적인 측면을 괴담으로 끌어내는 작풍이 특징이다. 특히 인간에게 잠재된 어두운 감정을 묘사하는 솜씨가 탁월하다. 또한 언제나 일상에 도사리고 있는 괴이함을 통해 인간 내면의 어둠을 교묘하게 드러내는 재주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다. 이러한 작가가 환상소설이나 괴기소설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계기가 된 것은 에드거 앨런 포의 ‘검은 고양이’이며, 그 외에 레이 브레드베리, 스티븐 킹, 토머스 쿡 등의 작품에서도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이렇듯 작가는 데뷔 이후, 『일곱 색의 동화』, 『들어가지 않는 숲』 등 호러 색이 짙은 작품을 선보이며 두각을 나타내다가 2009년 돌연 작가로서의 활동을 멈춘다. 그러다 2016년 다시 등장해 이전까지 썼던 작풍과는 다른 분위기의 호러와 심리 서스펜스, 미스터리와 휴먼 드라마를 융합한 작품을 쏟아 놓기 시작한다. 특히 2017년 『어리석은 자의 독』으로 제70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 장편 및 연작단편집 부문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복귀탄을 쏘아 올린다. 블루홀식스에서 2020년에 국내 출간한 『어리석은 자의 독』은 인간의 절망과 내면을 농밀하고 묵직하게 담아낸 충격적인 걸작으로 범죄 소설과 미스터리, 호러의 경계를 자유분방하게 활보한다. 더 나아가 인간의 처절한 심리와 업보, 비극을 담아낸 한 편의 휴먼 드라마를 연상케 한다.
우사미 마코토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다. “전혀 모르는 타인의 기분이 우연히 연결되어, 생각지도 못한 형태로 구원이 탄생한다. 나는 그런 사소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사소한 이야기의 힘을 강렬하게 전달하는 것이다. 또한 다른 인터뷰에서 일상을 초월한 괴이를 소재로 공포 작품을 써 오다가, 『어리석은 자의 독』 이후부터 기이한 사건보다는 현실적인 세계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을 그리고 있는데, 무언가 심경의 변화가 있느냐는 질문을 받는다. 이에 그녀는 사실 자신 안에서 그만큼의 변화는 없다고 말한다. 애초에 괴이함을 그린 이유는 두려움을 느낀 인간 존재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녀에 따르면 일상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괴이를 눈앞에 둔 사람들은 제각각 서로 다른 반응을 보인다. 어떤 이는 겁먹은 자신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 허세를 부리는가 하면, 공포에서 벗어나려 하다가 당황하는 자도 있다. 그 안에는 숨길 수 없는 인간의 모습이 있고, 그녀는 그런 인간의 모습에 흥미를 느껴 작품을 써 왔다는 것이다. 이러한 그녀의 관심은 괴이함이 나타나지 않는 작품에서도 변함없다. 가령 범죄를 소재로 하는 미스터리의 경우에도 그녀의 관심은 범죄에 이르는 인간의 존재인 것이다. 즉 인간을 그린다는 점에서 호러나 미스터리나 다르지 않다는 게 그녀의 기본적인 태도이다. 마지막으로 작가는 또 다른 인터뷰에서 “데뷔 전 50년 동안 아무것도 쓰지 못해서인지 앞으로 쓰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나도 많다”라고 밝히며 매일매일 취침 전 세 시간은 반드시 작품 집필에 투자한다고 말했다. 『밤의 소리를 듣다』를 통해 우사미 마코토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다시 한번 만끽해보시기를 바란다.